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
나가서 뭐라도 하는 걸 더 좋아했던 너
덕분에 쉼 없이 걸었지
가진 것도 없고 시간은 많던 그때였으니
안 가본 곳이 없었지
우리 발길이 닿지 않은 곳 없었지
골목골목 흔적을 남겼지
문득 떠오른 네 기억에
생각 없이 옮긴 발걸음 멈춘 곳은
너 없는 이곳이었어
쉼 없이 걸으며 써 내려간
그때 우리가 남겨둔 그 이야기는
다행히 그대로 있네요
한 번도 무심히 흘려 보낼 수 없던 그날의
그 걸음과 그대 목소리는 변함없네요
그때 그 웃음마저도
웃음 마를 날이 없었지
서로의 입가엔 늘 웃음 가득했지
시덥지 않은 얘기마저
모든 게 즐거웠던
그 시절에 너와 내가 여기 있었지
손에 잡힐 듯 선명한데
쉼 없이 걸으며 써 내려간
그때 우리가 남겨둔 그 이야기는
다행히 그대로 있네요
한 번도 무심히 흘려 보낼 수 없던 그날의
그 걸음과 그대 목소리는 변함없네요
이렇게
쉼 없이 걸으며 써 내려간
그때 우리가 남겨둔 그 이야기는
여전히 그대로 있는데
바래다주는 길 아쉬워 아껴 걸었던 걸음
이제는 아낄 걸음조차 남지 않아서
가만히 서 있는 나야